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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5 ‘박근혜표’ 사회적 자본
  2. 2011.05.15 애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3. 2011.05.12 네이버는 재미가 없어졌다?
  4. 2011.05.12 삼성 동물원, 애플 생태계
  5. 2011.05.10 경제이론(from 네이버캐스트)
  6. 2011.05.09 부자와 빈자의 돈에 대한 욕망
  7. 2011.05.04 삼성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려면
  8. 2011.05.04 거품경제의 유혹
  9. 2011.05.04 국민연금이 당신을 지켜주려면
  10. 2011.05.04 소득분배 악화를 막으려면

‘박근혜표’ 사회적 자본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15. 15:38
자신은 특별하기에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경우 이런 생각이 심하면 공주병이나 왕자병 환자, 이른바 ‘자기애(愛)적 인격장애인’으로 취급받는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사회에 큰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문제는 자신의 돈과 권력을 활용하여 실제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이른바 ‘특권층’이다.

‘불공정 사회’ 박정희 시스템 산물

이들의 공통점은 편법과 기득권 등을 이용하여 공공자산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거나 심지어 사익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 있다. 유명 로펌의 전직 고위공직자 영입과 공직자의 전관예우 등에 의해 국가권력이 무력화되고 법 앞의 평등이 형해화되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듯이 특권층의 정점에 재벌이 있고, 국가권력과 언론권력 등이 재벌과 서로 의존하며 지지하는 유기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인 사회가 이러한 구조를 정당화시키며 기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특권층은 반칙과 불공정의 상징이다. 이들은 반칙과 불공정을 일반 사람과 다른 능력으로 미화시키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비웃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유럽 방문 중에 ‘사회적 자본’을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핵심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일체의 신뢰 등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주지하듯이 산업화는 인적 및 물적 자본으로 성취할 수 있었던 반면,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협력과 공유 그리고 신뢰로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국가 29개국 중 22위로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과 불공정성이 그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사회의 낮은 신뢰와 불공정성은 재벌 중심의 사회경제를 구조화시킨 박정희 시스템의 산물이다.

주지하듯이 박정희는 1969년 10월 3선 개헌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 ‘아집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영구집권의 길을 위해 억압과 금권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재벌과 권력 간에 부정한 동거구조가 형성되었다. 즉 박정희 체제는 자신의 취약성을 특혜와 부정부패 등으로 상징되는 정경유착에 의지하였다.

1973년부터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산물로 성립한 오늘의 재벌중심 체제는 이익의 대부분을 재벌 및 권력집단 중심으로 소수가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 전체에 전가시키는 불공정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박정희 체제는 불공정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성장(돈)에 최고 가치를 부여하는 한편, 체제에 대한 순응과 정치적 무관심을 국민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나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나 협력 등 사회의 네트워크 유지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은 파괴되었고, 우리 사회는 파편화되었다.

특권구조 혁파 청사진 제시해야

박근혜 전 대표가 소망하는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구축 그리고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려면 역설적으로 자기 뿌리를 부정해야만 가능한 이유다. 사실, 사회적 자본의 함양과 고(高) 신뢰사회의 구축은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 달성을 위해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제시한 목표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한 단계 발전하려면 사회 곳곳에 있는 불공정을 공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금 그 결과는 얼마나 공허한가? 박정희와 박근혜를 분리할 수 없다 해서 연좌제를 적용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특권구조의 혁파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한 ‘박근혜표’ 사회적 자본 역시 허망한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배근|건국대 교수·경제학

[출처] 경향신문 / 원문 링크 

:

애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15. 15:27

How Apple works: Inside the world's biggest startup

By Adam Lashinsky, Sr. Editor at Large May 9, 2011: 5:00 AM ET


From Steve Jobs down to the janitor: How America's most successful -- and most secretive -- big company really operates.

애플은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패를 하게 될 경우, 1 Infinite Loop 빌딩에 폭풍우가 몰아치게 된다. 2008년 여름, 애플은 3-세대 통신망에서 돌아가는 아이폰 1세대와 함께, 기업 사용자들이 블렉베리 스마트폰에서 좋아하는 기능인 이메일 싱크 기능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는 모블미(MobileMe)도 같이 선보였었다. 그런데 이 모블미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사라진 이메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싱크 문제도 없지 않았다. 리뷰도 아이폰에 대해서는 칭송 일색이었지만 모블미에 대해서는 비판 일색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관대한 인물이 아니다. 모블미를 소개하는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그는 모블미 팀을 소환했다. 애플 캠퍼스 빌딩 4의 Town Hall 강당에 모이게 했다. 이 강당은 애플이 저널리스트들에게만 제품을 선보일 때 사용하는 장소다. 당시 이 소집에 갔던 참여자의 증언을 들어보자. 잡스는 여느 때처럼 검정색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채 걸어들어와서 두 손을 깍지 끼고는,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모블미가 도대체 뭔지 알려줄 분 있습니까?"

만족스러워 할 만한 답이 나오자 이번에는 다른 질문이 나왔다.

"그러면 도대체 그게 왜 안 된대?"

30여분간 잡스의 질책이 이어졌다.

"여러분이 애플의 명예를 더럽혔어요. 서로 실망시켰으니, 서로 증오해야 합니다."

잡스는 대중적인 창피감에 특히 분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전자기기 컬럼니스트인 월트 모스버그(Wlat Mossberg)도 모블미를 비난했었다.

"우리의 친구였던 모스버그가 더 이상 우리를 잘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잡스는 모블미 그룹 책임자를 교체했다.

모블미의 실패를 다루는 잡스의 방식은 애플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사례이다. 애플을 좋아하는 이들에 따르면, 애플은 웡카(Wonka)의 초콜릿 공장 방식으로 돌아간다. 수수께끼스럽지만 훌륭한 제품이 나오는 황홀한 곳이라는 식이다. 그런 비유는 물론 맞지만, 애플은 낭혹하고 가차 없으며 책임감이 상당히 센 기업이기도 하다. 결정도 신속하며, 최상단에서 메시지가 분명하게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잡스의 질책 이후, 모블미 팀 다수는 쫓겨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결국 모블미를 잡스가 요구하는대로 만들게 된다.)

애플의 인정사정 없는 문화는 사실 모든 기업체에서 좋아할 만한 주제이다. 대관절, 5만 명이 넘는 직원, 1천억 달러가 넘는 수입, 60%가 넘는 성장률을 가진 애플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어떻게 그리도 히트작을 여달아 낼까? 애플이 답하고 싶지 않을 질문이다. 지난 1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이 애플의 COO 팀 쿡에게 애플이 어느 정도까지 장기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물어 봤을 때, 쿡은 교묘하게 답변을 회피했다.

"글쎄요. 그것도 애플이 가진 마술의 일부죠. 아무에게도 우리 마술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복제하게 될 테니까요."

마술사가 자기 트릭을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마술이 되는지 이해하는 것까지 금지되지는 않았다. 본지는 지난 수개월간 전현직 애플 직원들을 인터뷰하여 애플 내부의 일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취재해 봤다. 물론 징계가 두려워 기록에 남기기로 동의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직 애플 직원들의 경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은 전통적인 기업들을 조롱하고 있다. 애플이 전형적인 대형 전자기업체라기보다는 신생 첨단기술 업체처럼 돌아가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정신이 유지 가능한지, 아니면 스티브 잡스의 의지에 따른 결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의문이야말로 애플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대한 답이다. 애플 지원들과 인터뷰를 나누다 보면, 시작점이 잡스가 아니더라도 결국은 잡스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애플 내부의 창조적인 과정은 끊임 없이 준비하고 있는 보스에게서 나온다는 의미다. 잡스는 애플의 보스이자, 보스 중의 보스이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독재자이지만 칭송받고 있는 존재이며, 직원 출퇴근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왕복 셔틀버스의 디자인에서부터 카페테리아에 무슨 음식을 갖다 놓을지까지도 잡스가 결정한다.

즉, 회사 내부 속속들이를 잡스가 모두 관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없을 때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는 사실을 그가 모르고 있지는 않다. 7년간 그는 병가를 세 번 떠났으며, 생소한 형태의 췌장암에 걸리고 간이식 수술도 받았었다. 그가 없으면 그의 존재는 더욱 더 부각될 것이다. 현재 그는 병가를 떠난 상태이지만, 지금도 물론 애플의 중요한 일에는 그가 관여하고 있다. 가령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한다는 주장 때문에 발생한 로케이션게이트(Locationgate) 문제에 대해 언론에 답변할 때, 잡스가 관여한다. 그리고 보다 전략적인 수준에서 잡스는 자신의 경영방식을 시스템화시키는 데에 특히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잡스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디테일에 대한 집중이나 비밀주의, 끊임 없는 피드백을 향후 애플의 업무 프로세스에 합치는 일이 그의 임무다.

종종 스티브 잡스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할 때가 있다. (증거물 A, 앨런 도이치맨(Alan Deutschman)의 11년 된 잡스 평전, The Second Coming of Steve Jobs) 정말 그러하다. 선지자께서 어린 양떼들을 이끌고 우화를 알려줄 때가 있으니 말이다. 가령 "청소부와 상무(VP)의 차이점" 우화를 알아 보자. 잡스는 자기 사무실 쓰레기통이 치워져 있지 않을 때를 상정한다. 그리고 청소부에게 어째서냐고 묻는다. 열쇠가 바뀌었다거나 열쇠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라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 꼭 해야 할 일을 못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청소부는 열심히 해명을 하는데, 윗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새로이 상무를 임명할 때마다 잡스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당신이 청소부라면, 이유를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청소부에서 CEO 사이 어딘가부터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아요. 책임을 져야 하는 바로 그 지점이 상무입니다." (애플의 상무는 약 70명으로서, 소매점을 뺄 경우 애플의 직원 수는 2만 5천 명 정도 된다.)


잡스의 이너서클이다. 왼쪽부터 조나단 아이브, 필 실러, 에디 큐, 스콧 포스탈이 보인다. 2010년 애플 캠퍼스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잡스는 책임의 문화를 주입시키려 하고 있다. 매주 회의를 주관하여 전체 회사의 방향을 결정내리는 식이다. 월요일만 되면, 잡스는 경영팀과 만나 실적과 전략을 논의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 거의 모두를 검토한다. 그리고 수요일이 되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회의를 갖는다. 2008년, 잡스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성이 분명함을 낳는다고 말했다.

"월요일만 되면 전체 사업을 검토합니다. 개발중인 모든 제품을 하나 하나 돌아보고 어젠다를 세우죠. 지난 주와 이번 주는 80% 가량이 같아요. 이 작업을 매주 하죠. 애플에 이런 정형화된 절차가 많지는 않지만 항상 되풀이하는 것이 없지 않습니다. 그 중 하나죠."

리더가 절차를 거론할 때가 한 가지, 그리고 직원들 스스로가 솔직하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또 한 가지이다. 애플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전직 애플 디자이너이자 현재 뉴욕에서 80/20을 운영하고 있는 앤드류 보롭스키(Andrew Borovsky)의 말이다.

"디자인에 대해 말단 직원들도 경영진과 직접 피드백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거나, 아니면 그런 멍청한 짓을 그만 두라는 반응을 얻죠."

또한 책임성이야말로 애플 전체에 퍼져 있다. 애플에는 누가 무엇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함이 전혀 없으며, 심지어 애플 내부 용어로서 그러한 책임감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있다. "DRI"이다. DRI는 직접적으로 책임을 가진 개인(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을 뜻한다. 회의 때에는 보통 DRI의 이름이 어젠다에 등장하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맡고 있는지 모두들 알고 있다. 한 전직 직원의 말이다.

"실제 회의에 항상 명부가 등장합니다. 각 임무에 누가 DRI인지 일일이 표시되어 있죠."

누군가 어떤 프로젝트의 누구를 연락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애플 내부에서는 으레 이렇게 묻는다. "누가 거기에서 DRI이죠?"

단순함이야말로 애플 조직 구조의 핵심이다. 조직도(아래 그림)를 봐도 상당히 직관적이다. 다른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선이나 책임관계표가 전혀 아니다. 일단 애플 내부에는 위원회라는 것이 없다. 일반적인 조직 관리의 개념도 없다. "P&L", 즉 이윤과 손실로 나타나게 될 비용이나 지출을 관장하는 CFO가 한 명 있을 뿐이다. 이 조직도는 애플이 다른 기업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나타낸다. 기업 대부분은 이윤과 손실을 경영자 책임성의 궁극적인 결과로 여긴다. 하지만 애플에서 이윤과 손실은 재무 책임자만 신경쓰는, 회사의 일부일 뿐이다. 그 결과, 명령과 통제 구조 하에서, 아이디어를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잡스는 경쟁자와 애플의 접근방식이 이렇게 다르다고 종종 언급한다.

APPLE'S CORE

전통적이지 않은 기업의 전통적이지 않은 조직도이다. CEO 잡스는 모두의 중앙을 차지한다.


애플 내 모든 결정자들은 스티브 잡스와 가까이에 위치한다. 긴밀하게 통합되고 오랫동안 잡스를 보좌한 팀을 통해, 잡스는 모든 상황을 빠르게 알아낸다. 잡스는 또한 중대한 프로젝트를 핵심 직원들과 같이 하기 위해 내외 직원들과 주기적으로 접촉한다. 이 조직도에 애플의 모든 관리자들이 있지는 않다. 애플이 공개하는 정보에는 제한이 따르게 마련이다.

가령 그는 소니가 아이포드를 만든다면, 너무나 많은 부서가 필요하리라 말한 적이 있다. 잡스의 방식은 어떤 관측자가 평했듯, 단일한 팀으로 이뤄진다.

"부서가 많다고 시너지가 생기지 않습니다."

애플에 있어서 결과란 크기와 상관 없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한 전임 관리자는 이 접근 방식이 "끊임 없는 오류 수정"이라 말했다.

"경영팀이 방향 변화를 결정내리면, 곧바로 변화가 이뤄집니다. 웅장한 대전략이 바로 이런 방식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것까지는 아니죠."

애플의 경영진은 제품 출시 48시간 전에도 얼마든지 가격을 바꾼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하는 써드파티 개발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앱스토어까지 예상치는 않았다가 재빠르게 대처할 때도 있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으면 그렇게 한다.

한 번에 몇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애플 최대의 강점 중 하나다. 그런데 3,2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큰 기업체에서는 이렇게 하지 못한다. 신생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다. 애플 내부에서는, "그렇다"만큼 "안 된다"의 답변도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애플을 떠난 한 간부의 말이다.

"스티브는 선택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하곤 합니다."

정말일까? 아마도. 애플 크기만한 기업 중에서는 거의 없을 테고, 크기가 작다 하더라도 애플만큼 오랜 기간동안 몇 가지만 집중할 수 있는 기업도 흔치 않다.

이러한 독특한 접근방식을 융합시키는 이는 잡스 그 자신이다. 그런데 그가 구조화시킨 방법은 그가 특별히 관여하지 않고 있을 때조차도 그의 생각을 반영하는 식으로 돌아갈 정도가 되었다. (이 점이 중요하다.) 한 내부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스티브가 뭘 원하는지 회사 직원 아무나 붙잡아 놓고 물어보세요. 해답이 나올 겁니다. 90%는 스티브를 만난 적도 없을 테지만요."


애플 본사는 여섯 개의 빌딩으로 이뤄져 있다. 단, 아이튠스 사업부의 경우 근처에 좀 떨어져 있다.
왼쪽 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부, 아래는 간부진 빌딩, 위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오른쪽 위는 타운홀/강당이다. 오른쪽 아래는 영업, 아래에 위치한 빌딩은 하드웨어/엔지니어링 사업부이다.

스티브 잡스를 틀림 없이 만나는, 작은 그룹도 존재한다. 톱 100(Top 100)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잡스는 이들 100명과 함께 매년 3일짜리 강도 높은 연찬회를 개최한다. 이 톱 100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비밀이다. (아예 톱 100의 존재부터가 비밀이다.) 연찬회 참여자는 심지어 달력에 표시하지도 말 것을 명령받는다. 참여를 논의하는 것 또한 내부적으로도 안 된다. 연찬회 참석 또한 애플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애플 본부에서 출발해야 하며, 자가 운전은 금지된다. 연찬회는 캘리포니아 샌터크루즈에 있는 Chaminade 리조트 & 스파와 같은 곳에서 열린다. 좋은 음식이 있되, 골프 코스는 없어야 한다는 잡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플은 회의실에 전자장비를 제거하여 경쟁사들의 스파이도 차단시킨다.

이 톱 100 연찬회는 잡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경영관리 수단이다. 잡스와 핵심 인사들은 이 연찬회를 이용하여 애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릴 중요한, 극도로 중요한 그룹을 만들기도 한다. 연찬회 무대에서 잡스는 자신의 비전을 애플의 차세대 리더들과 나눈다. 즉, 톱 100 연찬회는 전략적인 측면이 있는 동시에, 회사 내 전통을 만들어 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이 연찬회의 시작은 잡스가 개인적으로 맡는다. 여느 때의 제품 발표회만큼이나 잘 짜여진 각 세션도 곧 시작하는데, 이 프리젠테이션을 맡은 간부들은 상당히 고역이다. 한 전임 전무의 말이다.

"톱 100은 10명에게는 정말 끔찍스런 경험입니다. 나머지 90명에게는 인생 최고의 날일 수도 있겠지만요."

잡스는 톱 100을 이용해서 중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애플에 있었으며 지금도 애플 간부들과 친하게 지내는 마이크 제인스(Mike Janes)의 말이다.

"제가 톱 100에 있을 때 스티브는 아이포드를 선보였었습니다. 소수로 짜여진 팀 말고는 애플 내 아무도 모르고 있었어요."

톱 100의 지명은 잡스가 하며, 명예일 뿐만 아니라 지위 고하가 상관이 없다. 잡스는 회사 내 그룹을 하나의 비밀회의처럼 만들고 싶어하진 않는다. 몇 년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인재 100명과 일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이들 모두가 상무일 필요는 없죠. 핵심 인력일 뿐인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아이디어를 100명 사이에서 돌리는 것이 제 일이죠."

잡스는 개인적으로 이 100명의 중요성을 대단히 높게 사고 있다. 한 전임 중역에 따르면, "만약 스티브가 회사를 다시 만들고자 한다면, 이들 100명을 끌고 나가서 만들 겁니다."

톱 100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나돌지는 않지만, 촉복받은 이들의 존재는 애플 내부의 계급을 드러낸다 할 수 있다. 톱 100 명단은 영구적이지가 않으며, 잡스의 변덕에 따라 일 년 뒤에는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하지만 100위에서 떨어지게 되는 것은 상당히 치욕적이다. 이 100명이 떠난 뒤의 애플 본부에서는 수다가 시작된다. 참가하지 못 했던 직원들의 말이다.

"톱 100 준비를 마치고 나면, 우리 나름대로 바닥(Bottom) 100 오찬을 갖자고 농담하곤 합니다."

"어디로 갈지 우리는 몰라야 하죠.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었어요."

애플의 나이는 35세이다. 실리콘 밸리 기업 수준치고는 상당히 성숙한 회사이며, 아직도 신생기업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반바지에 샌들, 바보같이 꾸며 높은 책상은 많지 않지만, 그런 면에서 보면 구글의 분위기는 다르다. 구글은 파자마를 입은 채로 돌아다니면서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에서는 공짜 식사가 없다. (물론 식사는 보조금이 지급되며, 일반적으로 맛이 좋다.)

또한 애플은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에 소수만 투입하는 등, 의식적으로 신생기업처럼 행동하려 노력한다. 가령 아이패드용 사파리 브라우저 코드를 작성한 프로그래머는 단 두 명이었다. 2010년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인터뷰를 가졌던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기술 논쟁에 대한 답변이었다.

"애플에는 인력과 자금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는 이유는, 대단히 신중하게 올라 탈 말을 고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만 보면 터무니 없다. 예전의 애플은 반항적인 문화를 뿌리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의 애플은 660억 달러의 현금보유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공세적인 신생기업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 전임 중역의 말이다.

"언제나 인력과 자금갖고 싸우죠. 우리가 얼마나 요구하는지, 스티브와 팀은 확실히 알고 싶어합니다."

애플 내부인들은 자원의 희소성이 예산보다는 중대한 일을 맡을 만한 적절한 인물 찾기에 더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한 번 애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출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애플이 최신 아이무비 소프트웨어용 트레일러 사운드트랙을 녹음하기 위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계약을 맺었던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애플은 시연용 결혼식 영상을 찍으라고 하와이로 직원들을 보냈다. 다른 각도에서도 영상을 찍기 위해, 그 다음에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교회에서도 결혼식을 찍었는데, 여기서 직원들은 약혼자와 혼객 역할을 다 해야 했다.

애플에서 업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스스로의 광고 캠페인처럼 애플은 사업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사업기회를 무시하지도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현금화시키지 않은 부분을 찾으려 노력해서 무엇을 할지 정합니다. 애플은 정 반대이죠. 훌륭한 제품을 먼저 생각한 다음, 팝니다. 프로토타입과 시연이 언제나 스프레드쉬트보다 먼저 나오죠."

특화는 애플의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애플 직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한다. 가령 애플 온라인 스토어를 관장하는 제니퍼 베일리(Jennifer Bailey)는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가는 사진에 대해서는 권한이 전혀 없다. 온라인 스토어만이 아니라 애플 내에 올라가는 모든 사진을, 회사 전반적으로 그래픽 아트부에서 관장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소매담당 총 책임자인 론 존슨(Ron Johnson) 또한 자기 소매점의 재고까지 관리하지는 않는다. 재고는 팀 쿡의 담당이다. (물론 존슨은 그 외에도 할 일이 매우 많다. 장소 물색이나 스토어 내부의 서비스, 스토어 설계는 그의 책임이다.)



북경 애플스토어(위쪽)와 파리 애플스토어(아래쪽)은 소매담당 책임자인 론 존슨이 맡고 있지만, 각 상점의 재고관리 책임자는 팀 쿡이다.

잡스는 특화를 모든 역할에 최고로 알맞는 직원들을 배치시키는 과정으로 간주하며, 이러한 관리 명목의 프로세스를 빠르게 구축하고 싶어 한다. 마이크 제인스의 말이다.

"스티브라면 일반적인 인력 관리 구조는 헛소리라 몰아치겠죠. 하나의 영지를 만들어주는 꼴이니까요."

그래서 잡스는 눈에 띄는 인재들을 간부회의 때 손님으로 초대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재다능한 간부들이 의사결정을 이루는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기업하고는 정 반대이다.

그러한 엄숙함과 잡스가 언제 불러낼지 모른다는 공포. 이 두 가지가 애플을 견디기 힘든 직장으로 만든다. 하지만 채용관련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 번 애플에 갔다가 다시 나오는 경우는 낮다고 한다. 엔지니어 고용때문에 애플과 접촉을 자주 한 한 헤드헌터의 말이다.

"정말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애플은 행복한 일터입니다. 애플의 임무를 믿기 때문에 애플에 들어가서 일하죠. 설사 개인적으로는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요. 사실 아이일 때 첫 번째 맥을 갖게 된 이후로 애플에서 일해보는 것을 꿈꿔 온 평직원들이 많이 있어요. 애플에서 애플 제품을 갖고 일한다. 정말 여간내기가 아니죠. 마술같은 일입니다."

전임 애플 디자이너였던 앤드류 볼롭스키의 말이다.

"그래도 일하기 정말 힘든 곳인 점은 사실입니다."

전직 제품관리 간부의 말도 비슷하다.

"애플의 입장은 '너는 지금 세계 최고로 멋진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식이거든요. '입닥치고 일이나 해라. 그럼 머물게 되리라.'이기도 하죠."

그동안 스티브 잡스는 인력관리 부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두 번째 병가를 떠나기 직전인 3년 전, 잡스는 예일대학교 경영대 학장인 조엘 포돌니(Joel Podolny)를 고용해서 애플 대학(Apple University)를 이끌도록 했었다. 경영학에서 알아주는 인재가 포돌니 교수다. 그런데 그가 애플에 입사하고 나서, 말 그대로 그는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애플 내부 인력관리 상무가 포돌니인지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없을 정도였다.

사실 포돌니는 그동안 대단히 바뻤으며, 잡스 이후의 애플에 대한 프로젝트를 작업해 오고 있었다. 포돌니는 잡스의 지시대로 저명한 하버드 대 경영학자이자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평전 작가이기도 한 리차드 테들로(Richard Tedlow)와 같은 외부인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었다. 지식인들로 이뤄진 이 팀은 애플의 최근 역사와 같은 중대한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내부적인 연구작업을 작성하고 있다. 사실 이런 작업이야말로 경영대학원에서 하는 일이다. 이번 경우 애플 자신이 대상자이자 작업자라는 점만 다르지만 말이다. 팀 쿡과 론 존슨과 같은 최고 간부들이 중국 내 아이폰 제조업체 선정이나 애플스토어 설립과 같은 주제와 같은 사례들을 이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있다. 경영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조화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다면 잡스가 더 이상 애플에 오지 않을 시기를 잡스가 적절하게 준비했는지와 상관 없는 의문이 생겨난다. 아마 대답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잡스를 개인적으로 아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잡스는 자신의 독재를 인정하되, 그런 독재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자기만이 아니라 주장한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단세포식 조직은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 하더군요. 애플은 복잡한 다세포식 조직입니다."

잡스가 떠나면 애플이 살아남지 못 하리라 믿는 이들은 다세포식 조직도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애플이 실제로 다세포 조직일 수는 있겠지만 생명의 기반은 역시 잡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모두 의견의 영역일 따름이다. 잡스 스스로는 애플을 자기가 없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해 놓았다고 믿고 있다. 항상 즐겁지는 않더라도 애플의 문화를 여러 모로 만들어냈고, 자신의 방식을 내부화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잡스는 자신의 가르침을 모아서 적절하게 보존한 다음에, 애플의 다음 세대 지도자들이 자신의 가르침을 갖고 활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구세주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니던가.

Report by Doris Burke

원문 링크 / 번역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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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재미가 없어졌다?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12. 15:13
한국 인터넷의 패자(覇者)는 포털사이트다. 뉴스 콘텐트와 검색으로 손님을 끌어 모은 뒤 광고와 인터넷 쇼핑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네이버를 거느린 NHN은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었고, 다음도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의 구글조차 한국은 무덤이었다. 이런 막강한 토종 포털들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다. 서로 물어뜯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NHN과 다음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스마트폰에 제공하면서 토종 검색엔진의 탑재를 방해했다”며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한 국내 2~3위 포털인 다음과 SK컴즈가 손잡고 네이버에 맞서는 어지러운 형국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포털의 황금시대는 끝물 조짐이다. 유선인터넷에선 여전히 절대 강자지만 모바일 인터넷에선 구글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포털의 급성장도 꺾어지는 추세가 분명하다. NHN의 경우 지난해 연결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구글과의 한판 싸움에 국내 반응이 심드렁한 것도 문제다. 네티즌조차 토종 포털을 편드는 분위기가 아니다. 애국심도 소용없다. 국내 시장을 지배하며 마음대로 휘두른 횡포가 싸늘한 시선이라는 부메랑을 자초했다.

한때 토종 포털은 혁신의 선구자였다. 한메일(1997년)-다음카페(99년)-지식iN(2002년)-실시간 검색어(2005년)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 포털들은 초창기부터 언론사의 뉴스 콘텐트는 헐값으로 넘겨받았다. 음원과 영상 저작권은 쓰레기 통에 던져버렸다. 이런 콘텐트 생산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포털들은 웹 트래픽을 독점하며 돈벌이에 몰두했다. 괜찮은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은 덩치를 앞세워 흡수합병하기 일쑤였다. 염치없이 비슷하게 베끼는 ‘미투(me too)’ 전략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보기술 전문가 김인성씨는 “구글이 국내 검색 1위로 등극해야 한국 인터넷에 희망이 생긴다”고 극언(極言)할까.

토종 포털들이 가는 방향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구글의 경우 접속자의 체류 시간을 줄이는 게 최고의 목표다. 강력한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뛰어난 속도와 성능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글은 6년 전 스마트폰의 핵심인 안드로이드를 확보해 미래를 읽는 혜안을 보였다. 이에 비해 토종 포털들은 정반대 길을 고집한다. 접속자 수와 체류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데 목숨을 건다. 더 많이, 더 오래 머물러야 광고와 인터넷 쇼핑으로 돈을 버는 단순한 구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불길한 징조는 도전 정신의 실종이다. 포털업계의 혁신 물결이 뜸해진 2008~2010년 무렵부터 고급 인력들이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을 만든 인물은 NHN의 공동창업자인 김범수 사장이다. 일본어 교육 앱인 코코네, 소셜 게임 1위인 선데이토즈 등도 NHN의 핵심 인력이 뛰쳐나와 세운 업체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언제부터인가 NHN에 재미가 없어졌다”며 입을 모은다. 벤처정신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독창성보다 성공이 검증된 모델만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흐름에 고별사를 던진 것이다.

세계 인터넷에는 개방(開放)·상생(相生)·공유(共有)가 3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토종 포털들만 폐쇄적인 환경과 기득권에 안주하는 분위기다. 간혹 내놓는 상품들도 이미 나와 있는 서비스를 합쳐놓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창의성과 감동, 도전정신은 묻어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도 서서히 컴퓨터 앞을 떠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뉴스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모바일 인터넷의 소셜 네트워크가 유선인터넷의 포털사이트를 대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갑자기 지배적 포식자인 토종포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소송과 합종연횡에 바쁜 모습에서 한국판 구글의 탄생은커녕 몰락의 징조를 읽었다면 필자만의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

이철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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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동물원, 애플 생태계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12. 15:10
이건희 삼성 회장이 '출근 경영'에 나선 것은 결국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그가 20년 은둔 경영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야 할 만큼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주력 제품의 성장 가도(街道)에 제동이 걸렸다. LCD·TV·반도체 등 현금을 쓸어담던 전공 분야에서 삼성의 기세는 작년 같지 않다.

경쟁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협공에 나섰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고, 일본 메이커들은 25나노급 개발로 삼성 추월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서운 것이 애플의 움직임이다. '디지털의 제왕(帝王)' 애플은 특허 소송으로 삼성의 목줄을 조여오고 있다. 애플이 삼성과의 반도체 공급 파트너십을 깰 것이란 관측도 무성하다. 아마 애플은 이리저리 삼성을 찔러보다가 약하다 싶으면 본격 공세에 나설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작금의 상황을 잘 안다. 요즘 그는 입만 열면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삼성이 애플의 벽을 넘어서지 않고는 진정한 글로벌 톱 기업이 될 수 없다. 기술·특허력이나 재무능력 등에서 삼성이 꿀릴 것은 없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 리더십을 자랑한다면, 삼성엔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과 과감한 선제투자 능력이 있다. 쉽진 않겠지만 삼성으로선 해볼 만한 게임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의 '홈그라운드' 사정이다. 지금 국내의 여론 흐름은 어느 때보다 삼성에 불리해졌다. 대기업이 잘돼야 혜택이 중소기업·서민경제로 흘러간다는 '폭포수론(論)'이 빗나간 결과다. 대기업 호황 속에서도 중소·하도급업체는 고전하는 현실을 보면서 국민은 삼성으로 상징되는 대기업 문제를 다시 보게 됐다.

삼성은 MB 정부가 펼친 친(親)기업 기조의 최대 수혜자다. 삼성의 천문학적 수익은 고환율 정책에 힘입은 측면이 크고, 이렇게 쌓은 현금으로 계열사를 3년 새 32%나 늘렸다. 숙원이던 금융·산업 분리규제가 폐지된 덕에 지배구조도 탄탄하게 굳혔다.

우리 사회가 이런 정책을 용인한 것은 대기업이 잘돼야 국가경제가 좋아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이건희 회장의 조기 사면과 경영 복귀까지 이해해주었다. 그러나 '폭포수론'이 깨진 순간,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삼성엔 '삼성 동물원' 비유까지 쏟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인 출신 안철수 교수는 이 땅의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의 예속적 하도급구조에 편입될 것을 강요받는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죽지 않을 만큼 던져주는 먹이로 연명하다 끝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엔 과장이 있고 틀린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벤처업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삼성 동물원' 담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많아졌다. 맞다 틀리다를 떠나 '쥐어짜는 갑(甲)'의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 자체가 삼성의 약점이다.

삼성을 죽이려 드는 애플의 전략은 대조적이다. 애플은 중소개발자들이 먹고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 주는 '생태계'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동물원이 갑과 을의 일방적 관계라면, 생태계는 공생하는 파트너십 시스템이다.

동물원과 생태계의 차이는 크다. 애플 생태계가 끝없이 진화하는 것은 수많은 참여 기업들의 자발적 혁신 덕이기도 하다. 삼성이 이런 창의적인 생태계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꼴이다.

삼성으로선 억울하게 비난받는 측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모국(母國)에서 축복과 지지를 얻지 못하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박정훈 기사기획 에디터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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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from 네이버캐스트)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10. 21:49
*네이버캐스트 > 인문/사회과학 > 경제학 > 경제이론에 연재되는 글들 중에서 읽은 글들만 링크를 걸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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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 - 무역제한의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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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빈자의 돈에 대한 욕망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9. 19:37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고객의 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며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병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그 사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단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를 무수하게 목도해 왔는데, 수십조원을 가진 재벌가가 증여세와 상속세를 면탈하기 위해 물의를 일으키거나, 소득세를 탈루하고 기업의 자금을 유용해서 개인의 잇속을 차리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재벌, 한없는 욕심은 결국 재앙으로

이쯤에서 우리는 ‘그 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이 왜 더 많은 부를 욕심내는 것일까?’라는 철학적인 의문을 한번쯤 가져보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이에 대해 ‘부 그 자체가 아닌 성과에 대한 욕구’라고 설명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답이다.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욕망하는 것은 ‘화폐의 추상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돈은 ‘노동가치를 축적하는 수단’이고 언제든지 재화로 교환될 수 있는 유동성이다. 물론 여기서 노동가치설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쨌거나 돈은 노동을 저장하고, 저장된 노동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 일 대신, 문화나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때 저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노동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일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반대의 사유, 즉 돈을 노동가치로 환원하는 것에는 상당히 서툴다.

이를테면 마늘밭에서 나온 100억원은 5만원권 지폐로 20만장이고, 어느 재벌가의 일원이 가진 1조원은 5만원권 2000만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보유한 부를 이렇게 환원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이만한 돈을 재화로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1조원의 부는 라면 20억개, 우유 10억ℓ에 해당한다. 이렇게 생각할 경우 그가 세금 100억원(라면 2000만개)을 아끼기 위해 탈세를 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다시말해 큰 부자가 단순히 계좌상의 숫자나 장부상의 기호가 아닌 실제 화폐나 재화로 부를 가지고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 돈이 늘어나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재앙이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돈은 단지 숫자로만 표현된다. 숫자로 보면 1조원의 돈은 단지 12개의 ‘0’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화폐의 추상성은 상대적 결핍감을 유발한다. 내가 가진 1조원은 다른 이가 가진 13개의 ‘0’에 비해 초라하고, 또 다른 14개의 ‘0’에 비하면 아쉽기 그지 없는 숫자인 것이다.

재화로 환원해서 생각해 볼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이 화폐나 재화로 바뀔 가능성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추상화된 숫자로 보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돈의 본질인 셈이다.

서민들은 생존 위한 처절한 욕구

이와 반대로 빈자가 가진 돈은 처절하다. 그가 가진 돈은 기본적으로 화폐로 바꾸거나 재화로 바꾸기에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빈자의 돈은 항상 재화로 환원돼 사용되어야 하므로. 그가 가진 부에 대한 열망은 기본적으로 생존욕구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전자의 욕망이 상대적 욕망이라면, 후자의 욕망은 절대적 욕망인 셈이다. 이렇게 부에 대한 같은 욕망이지만 절대적, 상대적인 본질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인간은 원래 ‘욕망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더 많은 부를 추구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의 전제,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우리를 모두 탈인간적인 함정에 빠지게 하고 만다.

결국 빈자의 절대적 욕망은 탈진한 여행자가 사막에서 만난 한 방울의 이슬이지만, 부자의 상대적 욕망은 소금물을 들이켜는 하마와 같은 것임에도 이것을 동일선상에서 맥락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 자본주의 혹은 시장자본주의의 두 얼굴인 셈이다.

박경철|의사·경제평론가

[출처] 경향신문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05193005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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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려면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8:01
우리나라 대기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삼성과 그 외 다른 대기업들이다. 지난해 삼성그룹 매출액은 220조원이었다. 몇 개 대기업이 합쳐야 삼성과 덩치가 비슷하다.

삼성 임원이나 CEO는 아주 많은 급여를 받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삼성전자 이윤우·최지성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이 받은 연봉은 평균 60억원 선이다. 올해는 3년에 한 번 주는 성과급이 포함되는 해인 만큼 연봉 70억원에 성과급 50억원을 따로 받을 예정이다. 한 달 월급만 10억원인 셈이다. 물론 스톡옵션은 따로 받는다. 삼성의 여타 계열사 CEO의 처음 연봉도 10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다른 대기업들은 임금에서도 삼성과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LG전자에서 삼성전자와 똑같은 일을 하는 3명의 사내이사 연봉은 약 10억원이었고, 올해는 12억원 수준이다.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한 달 월급이 LG전자 CEO의 1년 연봉인 셈이다.

월급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내니 애국하는 것이다. 다만 삼성과 다른 대기업들 간 격차가 너무 커서, 전경련 내에서조차 "삼성이 사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의 임금 시스템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성과급은 이익이 많이 나고 매출이 늘어나야 받을 수 있다. 삼성 CEO나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면 비용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은 구조적으로 '상생(相生) 경영' '동반 성장'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다.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야 임원이나 CEO가 돈을 더 받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해 화두를 '동반 성장'으로 정하고, 회의 때마다 상생을 강조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삼성은 기술이 괜찮은 벤처기업을 만나면 우선 전속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매출을 보장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원가 절감을 요구한다.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던 협력업체는 회사를 삼성에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만약 협력업체가 원가 절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협력업체의 핵심 기술자들을 빼가서 회사를 하나 차린다. 어떤 경우든 대기업 계열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정말 상생 경영을 원한다면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협력업체 납품 단가를 챙겨야 한다. 성과급이 중요한 임직원에게 협력업체 문제를 맡겨둬서는 동반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LG·SK 등 모든 대기업의 오너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서 협력 업체를 점검하지 않으면 언젠가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월급 10억원을 받는 삼성 CEO가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면 월급 200만원을 받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가만히 두고 볼까? 재벌만 잘사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는 심각한 도전을 받는다.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한 해에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그러나 최신원 SKC 회장을 제외하고 10대 그룹 재벌 총수가 1억원 이상 개인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대기업 총수부터 나누고 베풀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동반 성장을 외쳐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나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같은 부자들이 천문학적인 개인 재산을 기부한 것이 바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힘이다.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01/20110501013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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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의 유혹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7:37
“내년 총선·대선 때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안정에 반하는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4월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재정을 수반하는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 국가재정은 거덜나게 돼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가리키는 방향이 묘하다. “선심성 복지를 경계하고, 재정안정을 기해야 한다.” ‘선심성’이란 수식어를 달고 칼끝은 ‘복지’를 향한다.

내년 선거를 너무 의식해서일까. 복지 담론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정치적 의도는 그렇다치고, 재정안정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을 뻔했다. 재정안정을 해치는 정책은 정작 자신이 앞장서지 않았는가 말이다.

엊그제 ‘친수구역 특별법’이 본격 시행됐다. 자연친화로 포장한 겉과 달리 속은 4대강변 새도시 개발을 보증하는, 일종의 토건법이다. 개발 가능 면적은 전체 국토의 4분의 1에 이른다. 본류에 22조원, 지류에 20조원, 수질 관리에 또 매년 수천억원…. 4대강 사업비 증가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수변 신도시 조성에 들어갈 돈까지 합치면 50조원은 훌쩍 넘길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나라 곳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정부 발표로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370조원이라지만,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공기업 부채, 보증채무 등을 합치면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선다. 집집마다 가계대출로 허덕이는데 공공부문, 정부 할 것 없이 빚더미가 쌓이니 숨이 막힌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가장 큰 원인은 거품경제에 기반한 재정 운용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말기로 갈수록 경기부양 유혹에 더 빠질 것이다. 역대 정권 때도 그랬다. 정부 관료들은 “버블 붕괴 위험을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당시에도 경고 메시지는 적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어제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보따리 풀어놨다. 부동산 부양책이 나온 지 40일 만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주 건설사 사장들을 만났을 때 나온 건의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이런 임기응변식 단기 처방으로는 부작용만 더 키울 뿐이다. 부실 건설사 정리와 구조 개혁이 늦춰지면 결국 금융권 동반부실로 이어지고 국민경제도 멍든다. 막대한 재정을 경기부양 대책에 투입하고도 장기 침체로 치달았던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인가.

안 그래도 지금 공적자금을 기다리는 곳이 줄을 서 있다. 부실 덩어리가 된 저축은행 뒤처리를 해야 하고, 취득세 인하로 발생하는 지방세수 부족분 2조1000억원도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이래저래 국가재정은 속으로 곪는다. 약탈적 대출관행에 이끌려 가계부채 1000조원 문턱에 선 국민경제도 골병이 들긴 마찬가지다.

올해 국가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재정 건전성’이 강조됐다. 그럼에도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규모 토건사업과 부자 감세 기조는 요지부동이었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면 방만한 씀씀이를 줄이고, 세입을 확충하는 건 기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재정 건전성을 꾀한다면, 경제협력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복지 지출 운운하기 전에 당장 부자 감세를 거두고 토건 부양책을 멈춰야 한다. 말로만 건전재정을 외치다가는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토건사업에 매달리다 호되게 당한 일본과, 재정 투입에 따른 후유증으로 휘청거리는 그리스·포르투갈 등 피그스(PIGS)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재정 악화는 국가재앙을 부른다.

홍대선 경제부 정책팀장 
[출처] 한겨레 / 원문 링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57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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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당신을 지켜주려면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7:30
직장 상사에게 호되게 당했다. 당장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다. 책상 서랍 속의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순간, 문득 노후가 불안하다. 여기서 계속 버티면, 내게는 무엇이 남게 될까?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웹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현재 소득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년까지만 버티면 만 65살 이후 최소 생활비는 나온단다. 또 한번 참는다. 서성대다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직장인의 흔한 일상이다. 국민연금은 이렇게 우리 국민 곁으로 왔다. ‘노후 생활비’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데 그 직장 상사는 왜 내게 모진 말을 던졌을까? 틀림없이 실적, 그것도 이번 분기나 이번달 실적 때문이다. 분명 사장님에게 크게 당하고 왔을 것이다. 사장님은 납품 대기업의 젊은 대리에게 쓴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그 대리 위에는 다시 부장과 임원과, 실적 나쁘면 바로 쫓겨날 형편인 사장이 있다. 모두가 쫓기는 게임, 그 마지막에는 누가 있을까?

그 끝에는 ‘어떻게든 비용을 더 줄이고 매출을 늘려라’라고 호통치는 ‘주주’가 있다.

국민연금은 그 ‘주주’의 자리에 있다. 그것도 거대한 주주다. 삼성전자의 5%, 현대자동차의 5.95%, 포스코의 5.4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투자자로서 당장 배당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기업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 미래 생활비를 맡아 관리하는 기관이 동시에 나의 현재를 압박할 수 있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이 단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급급하면, 정작 우리 삶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좀더 나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집속탄’은 분쟁이 끝난 뒤에도 그 지역에 수많은 불발탄으로 남아, 민간인을 살상하고 장애인을 양산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금지 요구가 거세다. 한국에서는 한화와 풍산이 집속탄을 생산한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둘 다 상장기업이다. 국민연금은 이 두 기업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당신의 노후 자금 일부는, 당신의 가치관과는 전혀 상관없이, 인명살상용 폭탄 제조기업에 투자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연금은 담배회사에도 공해산업에도 투자되어 있다.

우리는 미래 생활비를 마련한다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수명을 단축하는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출처] 한겨레 / 원문링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61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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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 악화를 막으려면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7:21

장기적인 추세로서 소득분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0년의 소득분배는 2009년에 비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래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비하면 악화된 상태이다. 실제로 한국의 소득분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악화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도 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소득분배 악화는 기술발전과 관계가 깊다. 경제구조가 경제개발 초기에는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본투자 증대나 기술 발전에 따라 고학력·고기술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저학력·저기술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소득분배 악화는 제조업 고용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경제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소득분배가 개선됐던 것은 제조업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발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제조업은 국내의 높은 임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2000년대 이후의 소득분배 악화는 해외부문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내수부문은 거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이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부문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부문의 격차가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소득분배 상황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산업구조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득분배는 악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이다. 고령층 내의 소득분배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비중이 커지면 전체적인 소득분배 상태도 악화된다.

소득분배의 악화를 막기 위해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와 효율화를 통해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고, 교육투자 확대를 통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둘째, 고용 친화적 산업구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수출산업보다는 내수산업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고용 친화적이다.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제조업 수출과 내수 서비스업이 병행 발전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장시간 노동 중심으로 짜여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낮은 고용률 체제를 적절한 근로시간과 높은 고용률 체제로 변환시켜야 한다. 넷째, 희망의 사다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기회의 사다리가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특히 저소득층 자녀가 모든 수준의 교육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각종 교육훈련과 창의적 지원을 통해 재기 또는 전직(轉職) 지원용 사다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복지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복지 자체를 확대하고, 특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복지욕구별 맞춤형 복지제도의 확립을 통해 계층별 복지수요에도 부응해야 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03/20110503024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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