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려면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8:01
우리나라 대기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삼성과 그 외 다른 대기업들이다. 지난해 삼성그룹 매출액은 220조원이었다. 몇 개 대기업이 합쳐야 삼성과 덩치가 비슷하다.
삼성 임원이나 CEO는 아주 많은 급여를 받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삼성전자 이윤우·최지성 부회장과 윤주화 사장이 받은 연봉은 평균 60억원 선이다. 올해는 3년에 한 번 주는 성과급이 포함되는 해인 만큼 연봉 70억원에 성과급 50억원을 따로 받을 예정이다. 한 달 월급만 10억원인 셈이다. 물론 스톡옵션은 따로 받는다. 삼성의 여타 계열사 CEO의 처음 연봉도 10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다른 대기업들은 임금에서도 삼성과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LG전자에서 삼성전자와 똑같은 일을 하는 3명의 사내이사 연봉은 약 10억원이었고, 올해는 12억원 수준이다.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한 달 월급이 LG전자 CEO의 1년 연봉인 셈이다.
월급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내니 애국하는 것이다. 다만 삼성과 다른 대기업들 간 격차가 너무 커서, 전경련 내에서조차 "삼성이 사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의 임금 시스템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성과급은 이익이 많이 나고 매출이 늘어나야 받을 수 있다. 삼성 CEO나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면 비용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은 구조적으로 '상생(相生) 경영' '동반 성장'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다.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야 임원이나 CEO가 돈을 더 받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해 화두를 '동반 성장'으로 정하고, 회의 때마다 상생을 강조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삼성은 기술이 괜찮은 벤처기업을 만나면 우선 전속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얼마 동안은 매출을 보장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원가 절감을 요구한다.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던 협력업체는 회사를 삼성에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만약 협력업체가 원가 절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협력업체의 핵심 기술자들을 빼가서 회사를 하나 차린다. 어떤 경우든 대기업 계열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정말 상생 경영을 원한다면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협력업체 납품 단가를 챙겨야 한다. 성과급이 중요한 임직원에게 협력업체 문제를 맡겨둬서는 동반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LG·SK 등 모든 대기업의 오너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서 협력 업체를 점검하지 않으면 언젠가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월급 10억원을 받는 삼성 CEO가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면 월급 200만원을 받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가만히 두고 볼까? 재벌만 잘사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는 심각한 도전을 받는다.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한 해에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그러나 최신원 SKC 회장을 제외하고 10대 그룹 재벌 총수가 1억원 이상 개인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대기업 총수부터 나누고 베풀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동반 성장을 외쳐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나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 같은 부자들이 천문학적인 개인 재산을 기부한 것이 바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힘이다.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01/2011050101327.html
김영수 기사기획 에디터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01/20110501013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