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악화를 막으려면
읽을거리/경제/경영 2011. 5. 4. 17:21장기적인 추세로서 소득분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0년의 소득분배는 2009년에 비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래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비하면 악화된 상태이다. 실제로 한국의 소득분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악화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도 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소득분배 악화는 기술발전과 관계가 깊다. 경제구조가 경제개발 초기에는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본투자 증대나 기술 발전에 따라 고학력·고기술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저학력·저기술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의 소득분배
악화는 제조업 고용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경제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소득분배가 개선됐던 것은 제조업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발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제조업은 국내의 높은 임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2000년대 이후의 소득분배 악화는 해외부문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내수부문은 거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이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부문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부문의 격차가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소득분배 상황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산업구조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득분배는 악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이다. 고령층 내의 소득분배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비중이 커지면 전체적인 소득분배 상태도 악화된다.
소득분배의
악화를 막기 위해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지속적인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와 효율화를 통해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고, 교육투자 확대를 통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둘째, 고용 친화적 산업구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수출산업보다는 내수산업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고용 친화적이다.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제조업 수출과 내수 서비스업이 병행 발전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장시간 노동 중심으로 짜여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낮은 고용률 체제를
적절한 근로시간과 높은 고용률 체제로 변환시켜야 한다. 넷째, 희망의 사다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기회의 사다리가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제공되고, 특히 저소득층 자녀가 모든 수준의 교육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각종 교육훈련과
창의적 지원을 통해 재기 또는 전직(轉職) 지원용 사다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복지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복지 자체를 확대하고,
특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복지욕구별 맞춤형 복지제도의 확립을 통해 계층별 복지수요에도 부응해야 한다. 모두가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조선일보 / 원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03/20110503024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