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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사회적 자본
nsc
2011. 5. 15. 15:38
자신은 특별하기에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경우 이런 생각이 심하면 공주병이나 왕자병 환자, 이른바 ‘자기애(愛)적 인격장애인’으로 취급받는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사회에 큰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문제는 자신의 돈과 권력을 활용하여 실제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이른바 ‘특권층’이다.
‘불공정 사회’ 박정희 시스템 산물
이들의 공통점은 편법과 기득권 등을 이용하여 공공자산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거나 심지어 사익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 있다. 유명 로펌의 전직 고위공직자 영입과 공직자의 전관예우 등에 의해 국가권력이 무력화되고 법 앞의 평등이 형해화되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듯이 특권층의 정점에 재벌이 있고, 국가권력과 언론권력 등이 재벌과 서로 의존하며 지지하는 유기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인 사회가 이러한 구조를 정당화시키며 기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특권층은 반칙과 불공정의 상징이다. 이들은 반칙과 불공정을 일반 사람과 다른 능력으로 미화시키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비웃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유럽 방문 중에 ‘사회적 자본’을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핵심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일체의 신뢰 등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주지하듯이 산업화는 인적 및 물적 자본으로 성취할 수 있었던 반면,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협력과 공유 그리고 신뢰로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국가 29개국 중 22위로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과 불공정성이 그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사회의 낮은 신뢰와 불공정성은 재벌 중심의 사회경제를 구조화시킨 박정희 시스템의 산물이다.
주지하듯이 박정희는 1969년 10월 3선 개헌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 ‘아집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영구집권의 길을 위해 억압과 금권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재벌과 권력 간에 부정한 동거구조가 형성되었다. 즉 박정희 체제는 자신의 취약성을 특혜와 부정부패 등으로 상징되는 정경유착에 의지하였다.
1973년부터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산물로 성립한 오늘의 재벌중심 체제는 이익의 대부분을 재벌 및 권력집단 중심으로 소수가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 전체에 전가시키는 불공정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박정희 체제는 불공정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성장(돈)에 최고 가치를 부여하는 한편, 체제에 대한 순응과 정치적 무관심을 국민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나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나 협력 등 사회의 네트워크 유지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은 파괴되었고, 우리 사회는 파편화되었다.
특권구조 혁파 청사진 제시해야
박근혜 전 대표가 소망하는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구축 그리고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려면 역설적으로 자기 뿌리를 부정해야만 가능한 이유다. 사실, 사회적 자본의 함양과 고(高) 신뢰사회의 구축은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 달성을 위해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제시한 목표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한 단계 발전하려면 사회 곳곳에 있는 불공정을 공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금 그 결과는 얼마나 공허한가? 박정희와 박근혜를 분리할 수 없다 해서 연좌제를 적용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특권구조의 혁파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한 ‘박근혜표’ 사회적 자본 역시 허망한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배근|건국대 교수·경제학
[출처] 경향신문 / 원문 링크
최배근|건국대 교수·경제학
[출처] 경향신문 /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