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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교육이 부른 학생 카스트, ‘알짜-예비-잉여’
nsc
2011. 5. 10. 18:47
이쯤 되면 학교가 막장까지 왔다고 해야 하겠다. 학교는 학생을 성적에 따라 차별하고, 그런 학생들이 자신들을 알짜배기, 예비, 잉여로 나눠 비하하고 경멸할 정도라면, 그건 지식과 인성의 배움터가 아니라 아이들의 무덤이다. 학교간 무한경쟁 정책으로 말미암은 이 파행이 아이들을 얼마나 더 막장 속으로 빠뜨릴지 답답하다.
변칙적인 우열반 운영 등은 잘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 교묘함이나 차별의 심각성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겨레> 취재 결과, 특별한 독서실은 물론 별도 교과과정까지 적용하는 특별반이 등장했다. 성적우수자를 위한 독서실의 좌석과 신발장까지 성적순으로 배치하는 학교도 있었다. 일부 수도권 학교는 통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성적순으로 배정해 시골 학생들이 배제되기도 했다.
이런 학교 학생들은 극도의 자멸감과 함께 공격성을 드러내 보였다고 한다. 도서관을 성적순으로 칸막이해버린 학교의 100등 밖 아이들은 자신을 ‘잉여’라고 자조했으며, 글로벌 리더반(글리반)을 운영하는 학교에선 기타반 아이들이 ‘글리반’을 ‘글레기’(글로벌 쓰레기)라고 멸시했다. 선의의 경쟁과 함께 협력, 우정의 소중함을 배워야 할 아이들이 좌절과 적대감부터 쌓아가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면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정권이 출범과 함께 강제한 게 학교간 무한경쟁 체제였다. 특목고나 자사고 확충, 일반계 고교에 대한 학교 선택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일제고사 성적 공개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학교 평가를 아이들의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아니라 상위 서열 대학 진학생 수로 결정하는 현실과 맞물려, 학교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다. 소수를 위한 전대미문의 차별 입시교육과 다수에 대한 방치와 소외라는 학교 현장이 그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고 하나 악폐를 일소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 정규 교과과정을 명백히 훼손한 경우가 아니면 딱히 징계하기 어렵다. 참여정부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반 편성, 독서실 면학실 운영에서 성적에 따른 차별을 평등권 침해라고 규정해 시정 권고를 했지만, 이 정권 들어서는 나서는 기관도 사람도 없다. 결국 문제는 정부 정책이다. 아이들과 나라의 내일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제 경쟁지상주의 깃발을 내려 학교를 막장에서 구해야 한다.
[출처] 한겨레 사설 / 원문 링크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4766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