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사회
‘쥐그림’으로 대변되는 언론·표현의 자유
nsc
2011. 5. 9. 19:34
최근 국제언론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가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조사해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부분적 언론 자유국(partly free)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2009년에는 언론자유국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그 지위가 떨어졌다. 이는 한국의 언론 자유가 2009년 이후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덤 하우스의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보인 나라로 한국과 태국을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그동안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돼 있다가 이번에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됐다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가장 먼저 정부의 검열과 감시 증가로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대해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반정부적 시각의 글들이 본인의 동의 없이 삭제돼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언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을 주요 방송사 사장에 임명해 방송사 경영에 개입함으로써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의 국가별 평가내용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조사 대상 196개국 중 70위를 차지해 동유럽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남미의 우루과이와 칠레, 아프리카의 가나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성장한 국가라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를 민주국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다양한 형태로 침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G20 정상회담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한 대학강사가 검찰에 의해 기소돼 징역 10월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실형을 구형하면서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며 엄중처벌을 요구했다고 한다.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 어떻게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필자는 쥐 그림을 그려넣은 포스터를 보면서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당했다는 생각은 단 1%도 들지 않았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해봤다. 만약 그 대학강사가 G20 홍보포스터에 쥐가 아닌 토끼나 강아지 등 다른 동물의 그림을 그려넣었어도 검찰이 기소에 실형까지 구형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인 미국인 교수들에게 얘기를 해주고 의견을 물었다. 모든 교수들이 포스터에 그림을 그려넣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기소를 하고 실형까지 구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미국의 코미디언과 방송 진행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정책에 대해 적나라한 비판과 풍자를 쏟아낸다. 그러나 누구도 그 비판과 풍자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 보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정부당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출처] 경향신문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051929065&code=990303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출처] 경향신문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051929065&code=990303